현 님
서울엔 비가 내린다고?
방 앞 하늘도 금방 빗 님이 내려오실 듯 하외다.
오늘까지 사흘동안 저렇게 기회만 보고 웅크리고 앉았으니
그냥 막 퍼부었으면 좋겠어요.
불쾌지수가 오래 간다나요?
이렇게 나도 섬에 와서 있으니 귀양살이 온 기분같이 쓸쓸하지만
이렇게 다정히 찾아오는 현과 학교 선생님들이 염려 해주시니
감사 드릴 뿐이옵니다.
그동안 얼마나 공부하셨는지요?
부지런히... 부지런히.. 하셔서
꼭 현과 나와의 바램이 이뤄 주시길 기도합니다.
자주 소식 달라고 보채 서 미안합니다.
자주 찾아오지 안으면 왠지 없어져 버린 것 같아.
그런데 이젠 생각을 달리 했어요.
늦더라도 참기로 했습니다.
시- 동행(조병화)
찾아서 같이 찾는 길,
같이가는 길,
오로지 직선으로, 직선으로
훤한 말씀 들려 오는 길,
버려서 가득 찬 마음.
보이는 세상, 보이지 않는 세상
왕래를 하며 영원으로, 영원으로, 오로지 영원으로
인생은 잠시 밟다 돌아 가는 길
고독이라는 은잔이 가볍다.
1967. 7. 14. 성의 사나애자